까마궤이는 큰 도시이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해 엄청나게 큰 도시가 아니다.
적당히 규모가 있는 수준의 도시랄까?
그렇다보니, 관광지가 많지 않다. 아마 나 처럼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까마궤이를 굳이 들리지 않고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도시이다. 나도 '까마궤이를 들리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 다음 목적지는 "왕들의 휴양지" 라고 소문이 난 "카요 코코" 였다.
티아고 데 쿠바에서 카요 코코로 한 번에 가기에는 거리가 꽤나 있었기에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택시를 타고 카요 코코로 가는 것은 비용적인 면에서 무리였고, 까마궤이에서 카요 코코로 가는 버스가 있으면 그걸 타고 가자는 생각으로 까마궤이를 들린 것이다.
까마궤이를 이곳저곳 둘러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푹푹 찌는 비아술을 타고 까마궤이로 와서 피곤하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카메라로 찍는게 힘들었다. 게다가, 빵 하나 먹고 돌아다닌 터라 제대로 된 밥을 먹으려고 주변의 식당에 들어갔다.
요상한 이름들의 음식은 뭐가 들어갔을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 "pollo(뽀요 : 닭고기)" 가 적혀있는 음식을 시켰다.
햄? 베이컨? 같이 생긴 것과 볶음밥, 닭고기 구이가 나왔다.
보시다시피, 야채가 없다. 왜냐하면 이 곳은 관광객 식당이었는데, 야채를 따로 주문하라고 되어 있어서 육식주의자인 나는 야채는 안시켰다. 물론, 짠 걸 알고 있었지만 그냥 먹기로 작정하고 먹었다.
대신, 음료는 시켰다. 알콜을 뺀 모히또 그리고 물.
왜 음식을 먹다가 사진을 찍은걸까? 당연히 먹다가 보니 너무 짰기 때문에, 짠기운에 정신을 차리고 이거라도 찍어야겠다고 생각해서다.
다만, 이 식당은 별로다.
일단 짠기가 다른 식당들(비교 대상 : 돈데 아드리안) 보다 더 심했고, 게다가, 볶음밥에서 돌이 나왔다.
식당 직원은 "SAL(쌀 : 소금)" 이라고 했지만, 소금 아니었다. 확실히 돌이다. 치아로 절대 씹히지 않았고, 빼서 보니 돌이 맞았거든.
어쩔 수 없고, 돈이 아까우니까 일단은 애지간히 먹었다. 돈이 아까운 관광객 식당은 처음이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파는 팝콘을 샀다.
개인적으로 팝콘을 좋아하기도 하고, 식당 앞 공원에서 팝콘 리어카(?)가 있길래 그냥 간식으로 샀다.
우리나라 시장 같은데에서 팝콘 튀김기에서 넓은 국자 같은 걸로 퍼서 담아주는 그런 팝콘이다.
봉투에 담아서 포장을 해주는데 고소한 냄새가 솔솔난다.
오히려, 관광객 식당 보다 팝콘이 더 맛있다. 아는 맛이니까
위생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지 않다면, 길거리에서 파는 먹거리들을 애용하면 매우 좋다. 상인과 대화도 할 수 있고, 내가 한 번이라도 더 스페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 보다 매우 저렴하다. 관광객용(?) 팝콘이 아니라, 현지인용 간식 팝콘이니까.
양은 보이는 것 처럼 많지 않지만 한 번 먹기에 아주 좋다.
까사로 돌아가는 길...
가로등이 밝은 곳도 있고, 고장난 곳도 있어서 어두운 곳도 많다.
하지만, 정말로 위험하지 않다. 안전하다.
까사에 돌아가서 씻고, 노트북으로 사진을 빼내곤 정리하고 자려고 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미친척하고 밤 12시에 밖을 나가 공원으로 갔다!!!
나도 이렇게 늦은 밤에 밖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 여권과 지갑을 넣은 슬링백 조차도 들고 나오지 않고, 아이폰과 에어팟, 팝콘만 들고 나와 공원까지 와서는 음악을 들으며, 팝콘을 먹었다.
제대로 미친 관광객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다만, 나도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밤에 나가보는 경험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밖에 나온거다.
하지만, 까사에서 공원까지 걸어오는 길에도 위험한 일은 전혀 없고, 공원에 한참 앉아있었어도 위험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큰 테이프 라디오를 들고 다니는 무리들도 관광객인 나에게 인사만 하고 지나갔다.
이 까마궤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남미에서 새벽 3시에 밖을 돌아다녀도 전혀 위험하지 않은 나라는 쿠바뿐이다." 라고 주장한다. 물론 단편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중남미권 국가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안전한 것은 분명하다.
다른 중남미권 여행이었다면, 이 시간에 밖에 나갈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겠지.
그렇게 약 2시간 정도 음악을 듣고 3시가 다 되어서야 까사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한 껏 여유를 부린 어제와 달리 오늘은 걸어다닐 생각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관광지나 명소가 많지 않기에 길거리 사진이나 찍으며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현대차가 있다. 반쯤 고물인 자동차도 많지만, 생산한지 몇 년(?) 안된 차들도 많이 돌아다닌다. 그런데, 빨간색이 많다는 것은 나라 특징인가봐
어제 내가 새벽에 나와있었던 공원.
밤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아침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다.
Ignacio Agramonte 공원
Our Lady of Candelaria 성당
까사에서 조금만 걸어나오면 있는 공원이다.
주변에 식당과 카페 등의 편의시설도 많고, 또 까사도 많이 있어서 편한 곳이다. 오후쯤 되면 노점카트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간식거리를 사기에도 좋다.
이 공원 바로 앞에 La Volanta 라는 식당이 있다. 짠거 싫어하면 가지 말자.
구글 평점도 외국인들의 입맛에는 잘 맞아 보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입에는 정말 엄청 짜다.
공원 옆으로 난 큰 길은 "Marti" 거리를 걸어본다.
관광지가 많은 도시는 오히려 바쁘다. 관광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데, 관광지 보다는 걷고 이야기하고 주변을 돌아보는게 좋으니까 오히려 여유를 가지는 여행이 좋다.
게다가, 관광지가 있어도 가지 않은 곳도 많다.
교회 높은 첨탑 꼭대기의 십자가를 찍어보았다.
이런 사진들을 찾아보면 굉장히 멋있게 찍은 사진이 많은데, 안타깝게도 나는 똥손이라서 멋있게 안나오는게 흠이다.
까마궤이의 기차역
나는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버스를 타고 까마궤이를 왔지만 까마궤이는 다른 지역에서 기차를 타고 오는 관광객들이 많은지 기차역 옆에 관광용 마차 택시들이 즐비하게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도 쿠바에서 기차를 타보고 싶었는데, 설탕 플랜트 공장 갔을 때에만 기차를 탔고, 도시 간 이동하는 기차는 타지 못 했다. 아바나에서 기차를 타고 '마탄사스' 라는 도시를 갈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마탄사스는 외국인이 방문해봐야 아무것도 없는 오래된 설탕 공장이 있었던 도시일 뿐이라고 해서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 기차역들은 꽁꽁싸매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벽을 쌓아 막고 있지만 쿠바는 그냥 플랫폼이 뻥 뚫려있다.
까마궤이 기차역 주변
이곳이 중심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관광객들 보다 현지인들이 정말 많았다.
위 사진에서 Popular de Ahorro 는 "Banco Popular de Ahorro" 라는 은행이다. 도시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다. 가끔 급하게 환전이 필요한데, 저렴하게 환전해주는 곳을 찾기 힘들다면, 잠깐 들러 약간 환전을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은행은 대기줄이 정말 길다.
까마궤이로 가는 기찻길 사이를 저기 다니는 쿠바 사람들 처럼 걸었다.
우리나라 항동 철길도 그렇고, 기찻길은 왜 이렇게 걷고 싶고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걸까?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 아까 더 멀리 나가보기 위해 첨탑 사진을 찍은 교회 앞으로 돌아왔다.
큰 건물을 기준으로 돌아다니면, 맵스미로 주변을 다니기가 편하다.
주변 풍경을 보며 걷는 중, 이 하천은 물의 색깔이 깨끗하지는 않지만 다른 도시의 하천 처럼 주변이 매우 더럽진 않고, 하천을 중심으로 산책 코스를 만들어놨다.
선진국들이 하천이나 강을 중심으로 산책이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을 잘 만드는데, 쿠바에서도 일부 도시에서는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녀본 모든 하천 중에 이 하천 주변이 제일 깔끔하다.
이제 까마궤이에서도 높은 건물을 볼 수 있는 곳에 왔다.
CAMAGUEY라고 적힌 간판도 서 있고, 잘 정비된 도로가 깔려있다.
피자를 사먹고 있는 아이들.
당연히 나도 사먹었다. 맛있다.
쿠바에 갔을때, 식당에서 잘 차려진 식사는 불만족하는 경우가 매우 많지만 이런 노점에서 파는 것들은 맛있는 경우가 많다. '기대를 하지 않고 먹어서 그런다' 라고 하기에는 깜짝 놀랄만큼 맛있는 것들도 많이 있었는데
아바나에서도 길거리 피자를 사먹었을때도 맛있었고,
이 피자집에서도 맛있었고, 마지막 날 떠나기 전에 아침 대용으로 먹은 미라마르 1층 고기 햄버거도 엄청 맛있었다.
저 학생들은 내가 피자를 사먹으려고 갔을때, "Donde eres?(돈데 에레스 : 어디서 왔어?)" 라고 물어보았다.
"Corea del sur(꼬레아 델 수르 : 남쪽 한국)" 이라고 해주었다.
굉장히 신기하게 쳐다봤다. 관광객이 식당도 아니고, 노점상에서 피자를 사먹는게 신기했나?
넓은 공터 한 가운데에 동상이 하나 서 있다.
쿠바 사람들의 일상
동남아시아는 오토바이가 엄청 많지만, 쿠바는 오토바이가 많지 않다. 오히려, 자동차가 더 많지.
같은 공산권 국가인 베트남과 쿠바의 다름도 느낄 수 있다.
다시 까사 주변으로 돌아왔다.
그리 늦지 않은 시간임에도 돌아온 이유는 "왕들의 휴양지" 로 소문난 내 쿠바 여행의 첫번째 휴양지인 "카요 코코" 로 이동할 때, 이동할 수단을 찾기 위해서.
잘 알아봤어야 했지만, 당연히 그럴리가 있나? 안알아봤으니까 찾으러 다녔다.
뚜란스뚜르를 찾았는데, 카요 코코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비아술은 카요 코코로 가지 않고...
정말 의문이 들었다. 쿠바에서 유명한 휴양지 중 하나인 카요 코코로 가는 버스가 없다니? 왜? 왜? 도대체 왜?
몇 군데 더 찾아보았지만, 택시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미리 계획을 하지 않은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 것인가 싶었다.
카요 코코에 도착해서 깨달은 사실이 있기는 하다. 카요 코코 편에서 다시 설명할 예정이다.
택시 값은 얼마인지 물어봤을때, 단독 택시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까사에 부탁해서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하고 까사 아주머니에게 카요 코코로 가는 택시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밖에서 가격을 알아보고 왔는데, 너무 비싸다고 하면서...
까사 아주머니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얼마 뒤 까사 아주머니는 택시를 구했는데, 여행사에서 알아봐주는 택시 보다 저렴했다.
다만, 몇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고 했는데 저렴하긴 하지만 택시가 우리나라 프라이드 수준인 조금 작은 차라는 것이고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차라고 했다.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
나는 일반 택시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그 택시를 타겠다고 했다.
까마궤이에서 카요 코코까지 상당한 거리를 택시를 타고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