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와 다르게 날이 더운 와중에도 택시 같은 이동 수단을 타지 않고 걸어다녔으나, 산티아고 데 쿠바에 있는 엘 모로 요새는 걸어서는 가기에는 굉장히 멀어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큰 길에서 택시를 잡아서 모로 요새로 가달라고 요청하고서, 모로 요새에 도착했는데, 주변에 택시가 없었다.
대기하는 택시도 없었고, 차가 많이 다닐 것 같은 도로까지 나가는데에도 한참...
그런데, 택시 기사가 둘러보고 싶은만큼 둘러보고 돌아오라고 했다. 여기서 기다려 주겠다고...
나는 '돈을 더 달라는 소리를 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기다리는 돈 안받고, 자기도 쉬고 있을테니까 돌아오라고 했다.
짧은 영어로 "back here" 이라고 택시 기사가 이야기를 했다.
나도 짧은 스페인어로
"espera? (에스페라 : 기다리다?)" 라고 했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으니
나는 "No tengo dinero(노 뗑고 디네로 : 나 돈 없어)" 라고 이야기하면
"no problema(노 프로블레마 : 괜찮아)" 라고 대답해주는 진귀한 상황이 펼쳐졌다 ㅋㅋㅋㅋ
쿠바 사람은 관광객에게 영어로 말을 하고, 동양인 관광객은 쿠바 사람에게 스페인어로 말을 하는 상황 ㅋㅋㅋ
위치가 산티아고 데 쿠바 공항 옆, 왼쪽 끝에 자리 잡은 요새로 산티아고 데 쿠바 만의 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만 안으로는 침몰한 USS 메리맥이 수중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저 멀리 모로 요새가 보이고, 옛날에 요새에서 쓰던 대포들을 입구에 놔두고 있다.
엘 모로 요새가 꽤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엘 모로 요새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이런 풍경이 쭉 펼쳐진다.
아무것도 없다. 한~참을 가야 자메이카가 나오지만, 자메이카와 산티아고 데 쿠바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저 망망대해 카리브 해가 펼쳐진다.
대해적 시대에 이곳을 돌아다니던 해적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망망대해를 건너다녔을까?
이제는 대부분 낡아버린 옛 요새는 전성기 때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게 된다.
보통 이런 요새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쿠바를 모티브로 따온 "파 크라이 6" 게임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다.
게임 Far Cry 6(파 크라이 6)는 2021년에 발매 되었는데, 난 2019년에 쿠바를 다녀왔다.
그리고, 파 크라이 6 의 배경이 쿠바라는 것을 알곤 구입해서 즐겨보았는데, 모티브와 배경, 환경 등이 쿠바랑 정말 많이 비슷했다. 건축물이며 주변 환경이며, 요새까지.
쿠바를 먼저 경험하고, 파 크라이를 했을때, 꽤나 많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유비소프트가 발매하는 최근의 게임들이 그렇듯, 플레이 하는 재미가 반감되는 요소가 분명히 있지만, 경치 구경, 건물 구경, 간접적으로 체험한다고 생각하면 다른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요새 외곽 성벽에서 요새 내부로 진입하는 다리, 바로 위의 사진에서 보듯 다리부터 다리 아래 바닥까지 족히 5미터는 됐다. 관광객이 있었지만, 아바나의 모로 성 만큼 관광객이 많진 않았다.
살짝 오른쪽에 쿠바 국기가 보이는데, 바람 때에 잘 맞춰서 쿠바 국기가 쫙 잘 보이게 찍으려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깃발이 흔들리는 방향에서 보이듯,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한~~~참을 기다려도 도저히 원하는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내부 꼭대기엔 대포가 전시되어 있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와 조금 다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강화도에 가면 대포가 전시되어 있다.
유명한 "홍이포".
그런데, 홍이포 주변으로 손을 대거나 만지지 못하고 구경만 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에 비해, 쿠바는 대포를 사실상 '가져갈테면 가져가봐라' 하는 수준으로 반쯤 내동댕이 쳐놓은 것 처럼 놔두었다.
씹고 뜯고 맛 보고 즐길 수 있는 대포다. 포신에 손도 넣어보고...
실제로 요새에서 사용했었던 대포는 아니고, 관광용으로 배치를 해둔 것 같다. 대포를 올려둔 바퀴가 4개 달린 포가(수레)는 육상 보다는 전열함 등에서 재장전에 용이하게끔 만들어져 있다.
(포가가 생긴게 비슷하다)
이 그림 처럼, 줄로 대포와 포가를 묶어두고, 대포를 발포한 이후에 반동으로 대포가 밀리면, 재장전을 하고, 다시 줄을 당겨 포구가 선체밖으로 쉽게 나가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육상, 특히 요새에서 사용하는 포들은 고정포를 운용하거나 제자리에서 회전과 발사각만 조절할 수 있게끔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모로 요새에서는 저런 함상용 포가에 올린 대포를 올려놨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런 포로 움직이는 배를 맞춘다기 보다는 "여기 접근하면 죽는다?" 라는 위협 사격을 하기 위한 용도가 아닐까?
움직이는 목표물을 맞추는 건 쉽지 않을테니까.
위에 사진과 같은 방향을 내부 꼭대기에서 다시 찍어보았다.
반대쪽 방향과 산티아고 데 쿠바 만으로 진입하는 방향.
두번째 사진에서 왼쪽의 섬과 굴뚝이 있는 육지의 남쪽 끝, 오른쪽에 빨간 지붕 집을 꼭짓점으로 연결하면 삼각형이 된다.
그 삼각형 가운데에 USS Merrimac 이 1898년 침몰해서 해저에 있다.
쿠바에서 침몰했지만, 그 당시엔 쿠바는 아니고, 스페인 제국이었다. 스페인 제국군이 미군함을 침몰한 것.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딱히 관광이나 명소로 지정되어 코스로 이용되거나 조성되어 있지도 않다.
사진에 보이는 계단을 따라 모로 성 아래로 내려왔다.
저 동굴 안도 요새의 일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을 파 크라이 6 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한 이유다. 보통 게임에서는 저런 곳으로 침투를 하니까 말이다. (시대적 배경이 비슷한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도 비슷하게나마 스페인식 요새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꽤 오래 모로 요새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다행히 택시 기사가 기다려주고 있었다.
게다가, 덥다고 아바나 말레꼰에서 마셨던 '저렴이' 음료수도 사서 건네줬다. 저렴이면 어때, 더운데 잘 마시고, 기다려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며, 피델 카스트로의 묘지가 있는 산타 이피헤니아(santa ifigenia)로 가자고 했다.
도착하긴 했는데....
묘지를 방문 또는 참배하려면 돈을 내야한다고 한다. 그거까지는 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래서, 입구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어차피 도심지로 이동했으니까!
이제 다시 걸어서 까사로 돌아가자
내가 지냈었던 산티아고 데 쿠바의 까사
세스페데스 공원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잘 잡았다. 이곳 2층이 까사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까사 사진을 잘 안찍었는데, 맨날 다른데에 정신 팔려서 까사나 숙소 사진을 제대로 안찍었다.
'항상 이제는 찍어야지'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까사에 도착하자마자 인사를 하고, 아침부터 빨빨대고 걸어다녀 땀을 흘렸으니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했다.
오늘 일정은 꽤나 빡빡했다. 세스페데스 공원, 기예르모 몬까다 야구장, 플라자 데 마르떼, 페레이로 공원, 안토니오 마세오 동상, 모로 요새, 산타 이피헤니아까지.... 거의 산티아고 데 쿠바 당일 투어를 돈 느낌이었다.
이곳을 구글 지도로 검색하면 거리가 어마어마하다.... 택시를 타고 간 모로 요새와 산타 이피헤니아 사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걸어다녔다.
그렇게 침대에서 좀 쉬다가 여행하며 주전부리와 음료를 사기 위해 현지 마트에 들렸다.
그냥 이런 마트에 들러보는 것도 좋아서, 그냥 무작정 잘 들어간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일하는 직원들이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해주길래, 동영상으로 바꾸고 "Saluda~(살루다~: 인사해~)" 라고 하는 동영상을 찍었었는데, 찾아보니까 없다....
세스페데스 공원 옆 Bar 300 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밥 사진을 안찍음...) 옥상에 올라가서 산티아고 데 쿠바의 야경을 찍었다.
야경 찍을려고 밥을 먹었다. 고급이라 비싸지만, 야경을 위해 희생했다. 경치 좋은 자리에서 먹기도 했고...
항만 도시라서 항만 크레인들이 보이고, 세스페데스 공원은 저녁에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바나는 이 시간에 빠르께 쎈트랄에 가면 사람이 북적북적하고 시끄러운데...
저녁을 먹고 돌아온 까사
주인 노부부께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셔서 사진을 찍자고 말씀드렸다.
두 분 다 영어를 못하셔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을 것 같지만, 아주 짧고 간결하게 요약해서 스페인어를 쓰는 내가 잘 알아듣고(???), 잘 말했기 때문에 지내는데에 전혀 문제가 없다.
참 좋은 까사 주인분들을 잘 만나고 다녔다. 마치 내가 가진 운을 쿠바에서 다 써버린 것 처럼 좋은 사람들을 잘 만나고 다녀서 항상 기분 좋은 나날들을 보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사진을 보면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모두 떠오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