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쿠바에 다녀왔지만, 산티아고 데 쿠바는 더운 편이다.
다른데 보다 더 덥다고 느낀 이유는 아마도 3일 동안 있으면서 택시를 딱 한 번 탔을 정도로 걸어다니는 일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산티아고 데 쿠바의 모로 요새를 방문할 때를 제외하고는 택시를 한 번도 타지 않고 쭉 MAPS.ME 를 보면서 걸었다. 이제 좀 쿠바에 적응도 되었겠다 잘 걸어다니고 걱정도 크게하지 않는다.
낮에 바라본 세스페데스 공원과 아순시온 대성당.
밤에 바라볼 때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게다가, 아바나와 달리 중앙 공원임에도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제 맵스미를 보면서 쿠바 혁명이 시작한 곳인 "몬까다 병영" 으로 발길을 향했다. 병영 자체가 도시 안에서 있어서 걷기는 좀 해야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는 맵스미 오프라인 지도도 있고, 사람들도 착하기에 질문도 하면서 다닐 수 있다.
쿠바의 텐션과 분위기에만 적응을 한다면 전혀 무섭거나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매우 안전한 나라임이 틀림이 없고, 약 한 달 간 몸소 증명하기도 했다.
가는 길에 돌로레스 성당이 있었다.
이곳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관리가 참 잘되고 있는 성당이다.
왼쪽에 뜨란스뚜르 버스가 보인다. 일정과 시간을 잘 맞춘다면, 굳이 비아술을 이용하지 않고도 뜨란스뚜르를 타고 여행을 다닐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각 지역별로 잘 다니는 여행사들이 있어서 굳이 비싼 택시 비용을 내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여행 중반이 지난 카요 코코(Cayo Coco)를 갔을 때 알았다.
드디어 사람이 좀 많이 보이는 공원, 여기는 중앙 공원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고, 대부분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앉아서 쉬고, 마시고 먹을 수 있는 공원이다. 산티아고 데 쿠바는 특별한 관광지를 도는게 아닌 이상 도시 내부는 아바나 처럼 엄청 관광지화 되어 있거나 하진 않다.
음....
나에게는 도시 분위기만 따졌을 때, 아바나 보다는 산티아고 데 쿠바가 더 정이 간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아바나에서 처럼 영어 하면서 접근해서 호구 잡을 생각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더워서 "차가운 물" 을 찾을 때, 문법을 모르니까 한국어 구사하듯, "Friya Agua(쁘리야 아구아 : 물 차가운)" 이라고 하고 다녔는데, 물을 사러 들린 가게 사장님이 "no no, agua friya(노 노, 아구아 쁘리야 : 아냐 아냐, 차가운 물)" 이라고 말해줬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앞으로는 "아구아 쁘리야" 하면서 물을 사 마셨다.
게다가, 스페인어를 잘 쓰던, 잘 쓰지 못하던 동양인 관광객이 뜸한 산티아고 데 쿠바의 거주지역은 동양인이면서 어줍짢은 스페인어를 쓰고 다니는 것이 그래도 좋게 비춰졌나 보다.
아바나에서는 "Chino(치노 : 중국인)" 라고 많이들 했는데, 여기는 어디서 왔냐고 먼저 물어본다.
그럴때마다 분위기에 맞춰, 코미꼬에서 배운 웃음 드립을 치곤 했는데
내가 걸어온 곳을 가르키며 "de alli~(데 아이 : 저기서~)"
라는 드립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코미꼬에서 배운 드립을 이리저리 치고 나면 스페인어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준다. 누구한테 배웠냐고 했을때, "유튜브!" 라고 자신있게 답하는 것도 덤이다.
점점 더 도시 깊숙히 들어가면 사람이 더 많아진다.
아바나 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더라도 사람 냄새가 제법 난다.
한참을 걷고, 하염없이 걸어서 큰 도로가 있는 곳까지 왔다.
낮은 건물만 즐비한 줄 알았는데, 높은 건물도 간간히 보인다. 아바나 처럼 많이 높은 빌딩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쿠바 제 2의 도시 수준 정도로 큰 건물이 많이 있다. 다른 도시는 높고 큰 건물들이 많지 않다.
바라데로와 같은 휴양지도 높은 건물 보다는 세련된 현대식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지, 높은 건물 자체가 쿠바에는 많지 않다.
맵스미 지도 상으로 이 길 근처에 "차이니즈 레스토랑" 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짜장면을 팔까?' 싶은 생각과 맨날 햄치즈빵과 피자로 연명하다가 '아시안 요리?' 라는 생각에 가봤는데,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쿠바에 있는 한 달 동안, 김치는 커녕, 아시아 요리에 근접한 음식을 접하지 못 했다.)
드디어 보이는 노란 몬까다 병영
7.26 운동, 26 Hulio 또는 M-26-7 깃발 등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형 피델 카스트로와 동생 라울 카스트로, 체 게바라, 알베르트 바요,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등의 주축이 1955년 이 병영을 습격하면서 혁명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몬까다 병영을 방문 했을 때, 이 M-26-7 깃발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지 않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특별한 기념품을 사는 취미도 없고, 쿠바에서 선물용으로 사갈만한 것은 '시가' 나 럼주들 뿐이고, 다른 것은 수공예품 팔찌 같은 것들이고...
차라리, 상징성이 있는 그 나라의 깃발과 특징을 가진 깃발을 가지는 것을 사는 것으로 기념하기 때문에 깃발을 사는 편이다. (쿠바에 다녀오기 전에는 베트남에 다녀왔는데, 베트남에서도 베트남 깃발 사왔다.)
이 M-26-7 깃발은 사지 않고 제일 후회했다. 아바나에서도 팔 줄 알았는데,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만 팔았다. 젠장.....
이베이에서라도 살까 고민하고 있다.
대신 쿠바 깃발은 사왔다.
몬까다 병영의 앞부분.
혁명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당시 총탄 자국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페인트만 새로 칠했다.
위에 걸려있는 깃발이 쿠바 국기와 26 HULIO 깃발이다.
현재 이 몬까다 병영은 군부대는 아니고, 일반과 관광객에 개방되었고, 병영 내부는 혁명 박물관으로 탈바꿈하여 관광객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나도 당연히 혁명 박물관을 관람했다. 당연하게도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고, 박물관 내부 자료 소개와 설명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라다녔다. 감시하는 것은 아니고, 이것저것 설명을 잘 해주고, 잘 웃어준다. 다만, 내가 스페인어가 짧은 관계로 몇 가지 영어로 설명하기도 했다. 대충 알아듣는 척 넘어가자. 아는 단어 나오면 강조하면서 되묻자. 좋아한다.
병영이 꽤 크기에 혁명군이 타고온 작은 배를 병영 내부에 함께 전시하고 있다.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 라울 카스트로의 젊은 사진을 볼 수 있고, '포코 이론' 전략을 바탕으로 대민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거점을 만드는 모습들도 사진으로 남아있다.
가까이에서 보니 총탄 자국이 선명하다.
어쩌다보니, 해외여행을 나간 나라가 두 나라인데, 공교롭게도 두 나라 모두 공산주의/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건국된 나라다. (베트남과 쿠바,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 나라의 역사의 기틀은 이런 혁명 박물관들을 통해서 면면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 나라의 역사를 직접 가서 찾아본다는 것은 해외여행이 주는 배움과 재미가 아닐까?
몬까다 병영 관람을 마치고, 왔던 길의 반대쪽으로 걸었다.
쿠바는 어딜 돌아다니나 즐겁다.
위험하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고, 누군가 '내 물건을 강탈할 수도 있어' 라는 생각은 이미 처음 산티아고 데 쿠바를 경험하고 난 뒤에 버렸다. 무작정 무계획 용감하게 다녔고, 현지인들과 같은 삶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관광객 처럼 관광지만 다니고, 관광객 식당을 다니지도 않았고, 고급 호텔을 이용하지도 않았지만, 여행 만족도가 정말 최상이다.
체력이 된다면, 쿠바를 꼭 한 번 다녀오도록 하자.
몬까다 병영 근처에는 높은 건물들이 조금씩 자리잡고 있다.
특히, 트로피코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구 공산권 스타일의 건물들이 그대로 남겨져있어,
공산주의 스타일 건물! 하면 떠오를만한 건물들이 쿠바에 즐비하다.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는 흔한 쿠바의 도로
산티아고 데 쿠바 멜리아 호텔
지나가다가 호텔을 발견했다.
규모가 있는 큰 호텔을 발견한다면, 반드시 해야하는 루틴이 있다.
코카콜라를 주문하고, 와이파이를 쓰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
이 잠깐의 휴식이 다시 쿠바를 돌아다닐 수 있는 활력을 채워준다. 코카콜라를 먹기 힘드니까.
기예르모 몬까다 경기장
쿠바 사람들이 좋아하는 야구 경기장이다.
우리나라의 돔구장이나 사직 구장 처럼 엄청나게 크고 높지 않다.
기예르모 몬까다 야구장을 따라 난 큰 길을 계속 걷다보면, 안토니오 마세오 동상이 있는 곳이 나타난다.
스페인에 맞서 쿠바의 독립을 주장한 독립군이다.
동상과 저 목책? 대기병 말뚝 같은 동상이 엄청나게 크다.
큰 것에 비해 주변에 상인이나 관광객, 편의시설은 부족한 편이다.
길이 있으니 그냥 가는대로 걸을 뿐이다.
정말 이 말이 딱 맞다. 맵스미가 있지만, 너무 외곽이거나 까사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가 아닌 거리라면 그냥 무작정 걸었다. 관광지가 아니여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는 좌판이 있는 골목을 발견했다.
지나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인가 싶은데, 보시다시피, 호객 행위를 하지 않는다.
가던가 말던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잡지도 않는다.
편안함 그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