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혁명의 시발점으로 1953년 7월 26일 산티아고 데 쿠바 몬카다 병영과 바야모 병영을 습격한 날로 보곤 한다. 그런 혁명의 시작점,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바나를 떠나 20시간 가까이 추운 버스를 타고 달려 도착한 산티아고 데 쿠바는 대체적으로 더운 쿠바에서도 조금 더 더웠다. 아바나는 밤이 되면 '좀 으슬으슬 추운데' 싶은 때가 있었다면,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는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더웠다.
오래 오래 추운 버스 안에서 앉아있거나 자고 난 뒤, 산티아고 데 쿠바 비아술 터미널에 내렸더니, 피로가 극도로 몰려왔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피곤했다.
산티아고 데 쿠바의 비아술 터미널은 지금까지 지나쳤던 터미널들에 비해 상당히 규모가 있는 터미널이었다.
버스에서 백팩을 되찾은 뒤, 무엇 보다도 까사를 찾는게 급했다.
20시간 동안 양치질과 세수 정도를 제외하면 씻지 못 했기 때문에 씻어야하고, 백팩을 내려놓아야 걸어다니기가 수월하니까.
비아술 터미널 근처에 있는 까사에서 지내기에는 조금 멀어서 중심가 쪽으로 가기 위해 세스페데스 공원쪽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택시를 타기에는 싫어서 지나가는 마차(?)를 타보기로 했다.
방금까지 차를 20시간 탔잖아..
느리고 푹신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관광의 묘미를 이런것으로나마 즐긴다.
세스페데스 공원에 도착해서는 근처에 있는 괜찮은 까사를 찾아 다녔다.
까사 마크가 붙어있고, 깨끗한 집!
마차를 타고 왔지만 백팩에 더위로 땀에 젖어있었다.
그러다가, 괜찮아 보이는 까사 마크가 붙어있는 집을 찾았는데, 몇 층이 까사인지 몰라서 지나가는 사람 보고
"Aqui, Casa?(아끼, 까사? : 여기 까사?)" 라고 물으니, 2층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인심이 좋아보이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까사였다.
(까사 찾아다니는 운이 참 좋다)
다만, 부부가 영어를 못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다! 까사에서 필요한 스페인어는 다 할 수 있다!!!
문법은 몰라도 말하는데 자신감은 팍팍 붙어있다!
"2 dias y desayuno(도스 디아스 이 데사유노 : 아침 포함 이틀)" 이라고 할머니에게 말씀드렸다.
할머니가 종이로 얼마인지 적어주셨다. 나는 그 비용을 지불하고 방에 들어갔다. 방은 아담... 이라기 보다는 지금까지 지냈던 방 보다는 작았지만 깔끔하고 좋았다. 내가 잠만 자는 방이 클 필요는 없으니까.
할머니가 샤워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고, 테라스와 뒷 베란다도 알려주었다.
그렇게, 짐을 풀고 바로 씻었다. 별도로 보관하던 빨래를 전달 드리며, "por favor lavar la ropa(뽀르 파보르 라바르 라 로파 : 빨래 부탁합니다.)" 하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por favor lavar la ropa. 베다도 까사에서 배웠다. 영어로 "laundry!!" 외치다가, 쿠바에 온지 7일차에 빨래 해주세요 라고 스페인어로 말했다.)
숙박와 아침은 포함되지만 빨래는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크게 부담되지 않고, 옷을 계속 입어야하고, 가방에 넣어두면 냄새가 나니 다니는 까사 마다 한 번은 꼭 맡긴다.
씻고 나와 옷을 갈아 입고는 들고 다닐 물건을 챙겨서 할머니에게 물어봤다.
카메라를 보여주며, "seguro? (세구로? : 안전해요?)" 라고 물어봤더니 목에만 걸지말고, 팔까지 걸치라고 알려주셨다.
감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산티아고 데 쿠바도 아바나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도시의 차이가 있다면 골목의 규모가 조금 더 좁고, 좀 더 촘촘하게 도로가 배치되어 있다.
아바나는 차 두 대가 한 번에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라면, 산티아고 데 쿠바는 많은 골목이 빠듯하게 두 대가 지나가거나, 한 대씩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있다.
확실히 아바나 보다는 조금 더 더운 편이다.
세스페데스 공원 반대쪽으로 바라보았을 때의 거리 모습.
가운데에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이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더 지나면, 맛있는 츄로스를 파는 가게가 있다.
배가 고프니까 츄로스를 하나 사 먹었다. 햄치즈빵에 비하면 CUC을 받아서 조금 사치를 부려보았다.
세스페데스 공원 방면으로 걸어가는 방향
쿠바 제 2의 도시, 깔끔하고 정리가 되어있다.
Catedral de Nuestra Senora de la Asuncion
(까떼드랄 데 누에스트라 세뇨라 데 라 아순시온 : 성모 승천 대성당)
세스페데스 공원을 가운데에 두고 산티아고 데 쿠바 시청을 바라보고 있는 상당히 규모가 큰 성당이다.
산티아고 데 쿠바 성당이라고 치면 가장 먼저 아순시온 대성당이 뜬다.
쿠바에 다니면서 아니, 여행을 다니면서 종교적인 건물의 내부는 찍지 않는다. 찍어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경우에는 상주하고 있는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찍는다. 뭔가 예의에 어긋난다 싶어서 그렇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까사에서부터 올라오는 동안 해가 뉘엿뉘엿 졌다.
나의 이야기
나에게는 종교가 없다. 불가지론 ~ 무신론적 불가지론에 가까운 편이다.
(강제로 전도하려는 교인들이 있다면, 나는 중남미 고지대 문명과 저지대 문명의 신인 "쿠쿨칸(케찰코아틀)" 이나 이집트 아케나톤의 "아톤" 을 믿는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종교를 믿는 사람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성당과 절에 들어가서 예의범절에 어긋나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예의에 따라 그 종교에 맞게 인사, 기도 정도는 충분히 한다.
까사로 돌아가는 길에 건물도 굉장히 세련됐고, 내부도 우리나라의 핸드폰 매장 처럼 정리되어 있는 매장인데, 아무것도 없는 매장이 있었다.
좀 어둡지만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골목길 정도로 돌아가는 길은 무섭지 않다.
게다가 생각 보다 무섭거나 위험하지 않다. 새로운 도시인데다, 까사 아주머니가 카메라를 단단히 메라고 하여 살짝 긴장했지만, 별 일 없다. 그냥 다녀도 충분하다. (내가 운이 좋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하다.)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치안율, 동남아시아와 비교해서는 훨씬 좋다.
오죽하면 "새벽에 나가도 우리나라 만큼 안전한 곳이 쿠바" 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을까.
정말로 새벽에 나가봤는데 안전하다. 그런데, 깜깜해서 보이는게 별로 없다는 점이 흠이다.
까사로 돌아가 간단히 샤워만 하고, 주전부리 몇 개를 집어먹은 뒤에 잠에 들었다. 더우니까 에어컨은 필수다.
다음날, 까사에서 아침을 먹고 일찍 나섰다. 다녀야 할 곳이 많다.
이름 모를 낡은 성당이다.
산티아고 데 쿠바는 하늘이 참 맑았다.
이 성당은 들어가서 신부님? 수사님에게 "FOTO....?" 라고 여쭤보았는데, 괜찮다고 하셔서 내부 사진을 찍어보았다.
내부의 낡은 곳을 공사하고 있었는데, 전형적인 성당의 분위기이다.
우리나라의 성당은 현대적인 건축물에 현대식 시설이 되어 있다면, 쿠바의 성당들은 엣 모습 그대로 보존(방치...?)해두고 있다. 가운데 사진에도 있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있는 전면 유리도 깨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높은 계단 언덕이 있길래 찍어보았다.
산티아고 데 쿠바는 언덕 위에 지은 도시이다.
버스 터미널에서부터 올라올때도 언덕, 까사에서 세스페데스 공원으로 올라갈 때도 언덕.
온통 언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