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기 8화 "아바나를 떠나다."
쿠바 아바나에 와서 지낸지 6일차 아침.
아침에는 지내고 있던 베다도 까예 15 까사 식구들과 오래 이야기를 했다.
물론,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가 항상 꿈꾸는 여행은 "현지인들과 동화되는 여행" 이라는 방구석 철학에 맞게 여행하기에 부담이 없고, 편안하다.
커피와 빵, 과일 그리고 과자 비슷한 것들을 두고 주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둘째 딸이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서 퇴근하고 돌아왔다.
간호사 옷을 입고 있었는데, 아는 단어가 몇 개 없던지라, "Bonita! (보니따 : 예쁘다)" 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돈나의 음악 중, "La isla bonita" 라는 곡이 있어서 bonita를 알고 있었다.)
간호사복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보기 힘든 70년대, 80년대에 쓰였던 새하얀 모자, 새하얀 옷인 옛날 간호사 복이다.
나는 여기를 마지막으로 이제 아바나를 떠나 산티아고 데 쿠바로 간다고 말했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들리는 도시에 자신이 아는 까사들이 있을지 모른다며, 명함 몇 장을 건네주었다. 주로 관타나모와 바야모였다.
안타깝게도 이번 계획에는 관타나모와 바야모는 빠져있다.
(이번 계획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다시 한 번 더 갈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어도 모르는 사람이 처음 쿠바에 와서는 오래 오래 있다가 가는 것도 모자라 방방곡곡을 누비는 여행을 다닌다는 사실에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힘들거 같다고 둘째 딸이 이야기를 했다. 스페인어를 잘 모르고 왔지만, 지금까지 다니면서 몇 가지 스페인어를 배우기도 했고, 위험하지 않은 것 같아서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다.
단순히 여행객을 위한 영업용 친절이었는지, 그저 사람들이 워낙에 친절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다녔던 까사들은 전부 친절하고 품어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하지 않고도 영업용 친절이든, 아니든, 좋은 까사를 잘 찾아다녔고, 어떻게든 노숙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고, 무관심하고 불친절한 까사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다. 한 달짜리 무계획 무작정 큰 해외여행 치고는 대성공한 것이 아닐까?
딱! 한 군데 까사만 빼고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말했다. 예약이 없으니 당장 체크아웃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산티아고 데 쿠바로 가는 버스가 저녁에 출발하니, 짐을 두고 다니다가 버스 타러 가기 전에 짐을 찾아가라고 했다.
그들의 친절로 65L 백팩을 메고 몇 시간을 걸어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까사를 나섰는데, 에떽사 간판이 있는 건물이 있었다.
쿠바를 여행하게 될 여행자라면 에떽사 로고를 매우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지정된 구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카드가 전부 에떽사니까. 나도 한 10장 가지고 다녔다.
생각해보면 무척 비싼 것 같지만, 쿠바는 에떽사 카드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물론 지정된 구역에서만 할 수 있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외부 세계(?)와의 통신은 그 날로 끝이다.
인스띠뚜또 데 까르디올로히아 이 씨루히아 까르디오바스꿀라.
이전 화에서 이야기한 둘째 딸이 근무하는 병원이다.
다른 건물들은 낡은 것 처럼 보이는데, 내부에 들어가보지는 못 했지만, 외부는 굉장히 현대적으로 지어졌다.
오늘은 입국 후 아바나의 마지막 날(출국 전 아바나 스토리가 또 있다.)이기 때문에 지도도 없이 정말 마음이 이끄는대로 걸어다녔다.
와중에 예쁘게 생기고 깔끔한 집들을 많이 보았다.
저 사진의 집은 엄청 깔끔하고 잘 지어졌다. 외관도 깔끔하다. 지은지 얼마 안된 것 처럼.
다만 창문이 나무다. 우리는 모든 창문이 유리로 만들어지지만, 쿠바는 대부분 나무 창문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나시오날 호텔에서 아바나 센트로(처음 도착해서 지냈던 곳)쪽으로 걸어보았다.
베다도쪽에서 아바나 가는 골목길들은 제대로 구경을 하지 않았으니까.
아바나는 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점점 크고 높은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단순히, 몇 년 뒤에만 오더라도 옛 모습은 많이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레꼰과 가까운 지역은 큰 건물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지금 이 여행기를 쓰고 있는 5년이 지난 2024년 현재는 더 많은 건물들이 건설 되었겠지.
그렇게 걸어서 아바나로 돌아왔다.
아바나로 돌아온 이유는.......
이런 젠장!!!!! 카메라 CF카드 리더기를 안 챙겨왔기 때문이다!!!!!!!!
DSLR의 CF카드가 중간짜리 용량이지만, 노트북을 가져갔기 때문에 '사진을 노트북으로 옮기면서 찍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탓이다. 다행히도 플라자 호텔 옆에 딱 봐도 부유층과 관광객을 위한 고급 쇼핑몰들이 입점해 있는 곳에 캐논이 있었다.
캐논 매장에 들어가서, 일단 대용량 CF카드를 하나 사고, CF카드 리더기를 사려고 했는데, CF카드 리더기는 없다고 한다.
이런!!!!
그럼, DSLR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USB라도 달라고 했는데, 그것 마저도 없다고 했다.
캐논 매장에서 발발 동동 구르고 있다보니, 매장 직원이 잠깐 기다려 보라면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서는
"친구가 DSLR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가지고 있는데, 그거라도 가져오라고 할까?" 라고 이야기를 하길래, 그거라도 사겠다고 고맙다고 했다.
좀 돌아다니다가 오라길래 고맙다고 알겠다고 하고, "Me salvo la vida(메 살보 라 비다 : 생명의 은인)" 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웃어주었다. 다시금 느끼는 코미꼬의 유머.
그렇게 나와서는 바로 옆 플라자 호텔에 가서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와이파이를 썼다.
아바나의 일상적인 느낌. 대체적으로 아바나의 많은 골목길들이 이렇다.
옛날 차, 낡은 건물, 그라피티.
쿠바에도 있는 차이나타운.
안에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광고판에 중국 무술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쿠바 국회의사당.
까삐똘리오. 중앙 꼭대기에 덮힌게 진짜 금이라고 한다.
의사당 앞에 사람이 많지 않을때 잽싸게 찍었다.
잠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쿠바에 가서 썼던 내 이름은 "Raul, 라울" 이었다.
내 이름의 끝 글자 RR 발음이라 한국 사람들에게도 내 이름을 이야기해 줄 때, 두 번씩은 필히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2024년 12월 현직 대통령과 이름이 비슷하다.)
그렇다보니 한국 사람도 하기 힘든 발음을 외국인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내 끝 글자인 Rr 에서 착안하여, 이름을 "Raul" 이라고 하고 다녔다.
2019년 쿠바 공산당 총 서기가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흔한 이름이다 보니, 발음하기도 무척 쉬웠으며, 실제 이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블로그에서 공개하고 있는 닉네임의 Razorbacks 역시, R 과 멧돼지의 조합으로 탄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어의 RR 발음을 힘들어 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의외로 굉장히 잘 되어서 듣고 해석하고 '뭐라고 말해야 하지?' 에는 딜레이가 있지만, 말하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보고 읽는 것은 자신이 있다! 문법은 내다 버렸....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플라자 호텔 옆 캐논 매장으로 가서 DSLR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중고 USB 케이블을 사왔다. 더 이상 사진을 못 찍는 줄 알았다.
아바나를 떠나기 전... 국회의사당 야경을 찍었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까사로 돌아가 짐을 챙겨 퇴실하며 까사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다음에 다시 왔을 때,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곤, 까사에서 쿠바 고속버스인 비아술 터미널로 가는 택시를 챙겨주어서 비아술 터미널로 갔다.
쿠바 고속버스, Viazul(비아술) 이야기
쿠바의 고속버스 회사이다.
안타깝게도 비아술의 사진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바나에서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의 거리는 지도상으로 854Km, 편도만으로 서울과 부산 왕복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 거리이며, 가는데 하루가 꼬박 걸린다. 20시간 정도.
밤에 출발하여, 해가 뜨고, 다시 해가 질 때 쯤, 산티아고 데 쿠바에 도착한다.
지도 상에 나온 시간은 10시간이라고 되어있지만, 직행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비아술은 아바나부터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11개의 도시를 거쳐, 정차를 했다가 출발한다. 그래서 시간이 배로 걸린다.
공식 사이트에서도 소요 시간이 19시간이라고 나온다.
나는 온라인으로 예약하지 않고, 직접 가서 예매했다.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었기에 더더욱 쉬웠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영어를 잘했나?' 싶다.
비아술 타기 전에 검표를 하고, 마치 비행기에 짐 실을 때 처럼, 짐을 짐칸에 실어야한다.
짐을 확인하고 택을 끊어주는 사람은 굉장히 친절하고 영어도 잘했다.
가볍게 다닐때와 똑같이 중요한 물건인 여권과 돈 등은 작은 가방에 넣고 내가 메고, 카메라까지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떠나기 전 본 블로그 후기에서 비아술 버스가 매우 추우니, 외투를 준비하라고 되어있어서 외투를 꺼냈더니, 택 끊어주는 사람이 "Good Choice!" 라며 쌍따봉을 날려주었다. 정말로 추운가보다 싶었다.
1. 춥다.
차에 탔는데, 중국산 버스인데, 버스 맨뒤에 작은 화장실이 있다! 그런데, 이용할 수 없게 잠겨있다. 고장인가보다. 그리고, 밤에 출발하니 버스에서 자려고 했는데, 밖은 더워서 인지하지 못 했었지만...
진짜 비아술 버스 오지게 추웠다. 에어컨 조절이 안되는 것인지 풀파워로 틀고서 끝까지 간다. 더운나라 쿠바니까 얇은 바람막이 하나 챙겨왔는데, 그걸 추워서 엄청나게 꽁꽁 싸매고 자면서도 "아으.... 추워" 가 입에서 자동으로 나올 정도.
그런데, 이것은 복불복이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까마궤이로 갈 때 비아술을 한 번 더 탔기에 그 때 이야기 할까 한다.
2. 정차하는 곳에서 내려서 바람을 좀 쐬어라
차 안은 매우 추울 뿐 아니라, 창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다. 따라서, 비아술을 탄다면, 졸리다고 쭉 자지 말고, 휴게소 처럼 들리는 곳곳의 정류장에 한 번씩 내려서 환기 겸 바람을 쐬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단거리면 상관없지만 나 처럼 장거리를 뛰어야 한다면, 요깃거리를 좀 챙기고 타거나, 내리는 정류장에서 요기를 해결하자. 다만 조금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생각 보다 오래 정차하고 있기 때문에 식사를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방송이 아니라, 버스 기사님이 차 출발한다고 소리를 지르는 빈티지하고 클래식한 방식이기 때문에 차를 못 탈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3. 화장실에서 호구 당하지 말자(경험담)
지금은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내가 갔을 때에는 쿠바는 이중화폐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CUP(쿱)" 과 여행객이 사용하는 "CUC(쿡)".
(현재는 이중화폐 체계를 폐지하고 단일화폐로 통일했다고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1유로 = 1CUC 이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해본다. 1CUC은 25CUP 정도 되었다.
즉, 1CUC 이면 현지인 돈 25배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비아술 정류장에 내리면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화장실 앞에서 돈을 받는다(?)
돈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때 CUC와 CUP 둘 다 가지고 있었지만, 화장실 앞에 $1 붙어있는 것만 보고 '너무 비싼데...' 생각하면서도 1CUC을 냈다. 멍청이. 나 하나로 25명 분의 돈을 받은 것인데, 돈 받는 사람은 조용하게 있는다. 그렇겠지.
처음 간 화장실에서는 멍청하게도 1CUC을 냈지만, 2번째로 간 화장실에서도 똑같이 돈을 받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는 나를 태우고 왔던 버스 기사에게 가서 "perdon, bano muy caro(뻬르돈, 바뇨 무이 까로 : 미안한데, 화장실이 엄청 비싸요)" 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기사가 나에게 1CUP 을 주었다. 아하~
고로, 호구 당하지 말자.
그리고, 화장실의 수준은 청결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흘러가게만 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진짜다....
좌에서 우로 흐르게 되어있다. 여자 화장실은 잘 모르겠다. 소변기는 그렇다. 대변은...... 참자. 진짜로 정말로.
여기서부터는 DSLR이 아닌 폰으로 찍었기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다.
아바나를 출발해, 처음으로 도착한 휴게소다.
터미널이 아니라 휴게소라고 표현한 이유는 정말로 화장실과 매점이 있고,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새벽이라 문을 닫고, 매점만 있었다. 매점에서 과자를 사먹고 배를 채우자.
여기까지는 화장실이 돈도 내지 않고 상태도 봐줄만 하다.
이 다음부터 문제인데, 사진을 찍지 않은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올라갈 때 들릴, 까마궤이.
여기도 화장실의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시설이 좋아보이지 않는 것은 보는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