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 지 4년이나 지났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핑계로 그냥 저장해두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추억을 기억하며 이참에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늦게나마 사진을 올리며 추억을 되살려본다.
찍어온 사진이 400 여장 가까이 되는 관계로 장기 연재를 계획중인 여행기이다.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쿠바에 대한 환상을 가졌다.
캐리비안 해적의 배경이자 에메랄드 빛 바다 "카리브 해"
지금은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진 구 공산권 스타일의 클래식한 건물들...
항상 입버릇 처럼 "나는 꿈이 카리브 해변에서 해먹에 누워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모히또를 마시는거야" 라고 할만큼 쿠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쿠바를 다녀온 지금도 환상은 깨지지 않았다. 단순 여행이라고 치기에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쿠바에 머물며, 쿠바의 여러 도시와 이모저모를 보고, 경험했지만, 또 다시 쿠바에 다녀오라고 한다면.
나는 다시 짐을 챙길거다.
쿠바 여행
일정 :
2019년 12월 4일 - 2019년 12월 29일
항공사 : 아에로멕시코
인천 -> 멕시코시티 -> 아바나
아바나 -> 멕시코시티 -> 인천
자금 : 항공편 제외, 한화 300만원 => 전액 유로 환전
방문 도시 :
아바나 -> 산티아고 데 쿠바 -> 까마궤이 -> 카요 코코 -> 상크티 스피리투스 -> 트리니다드 -> 시엔푸에고스 -> 산타 클라라 -> 바라데로 -> 아바나
본 여행기를 읽을 시 주의사항
사진은 모두 제가 직접 찍었습니다. 여행기 사진 중 관광지 및 명소 뿐만아니라, 외진 곳 및 일반적인 쿠바 국민들이 거주하는 곳, 관광객의 잘 가지 않는 곳까지 가서 찍은 사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남미권에 분류된 국가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안전한 곳이다.' 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시 모를 사고가 있을 수 있으니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고 없이 잘 다녀왔습니다.
1.여행의 계획
그 당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휴식기를 갖고 있던 집돌이여서 집에 있었다.
이왕 노는 김에 여행이나 가자 생각했고, 국내 여행을 알아보던 도중, 문득 '쿠바에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항공편을 알아보곤, 최단거리로 쿠바에 가는 항공편이 아에로멕시코여서 아에로멕시코에서 가장 저렴한 날짜를 골랐다.
아무 생각도 없이 집에서 놀고 있고, 스페인어를 단 1도 몰랐던 내가, 2주 뒤에 쿠바로 출발해야 했던 것.
그럼에도, '발 길 가는대로 가면 되겠지!' 라며 용감하게 여행 준비를 했다.
평소에도 가방이나 손에 뭘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데,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싫었다.
그래서, 기내 수납이 가능한 엄청 큰 백팩을 샀다. (집에 있지만 상표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또 쿠바에서 쓸 수 있는 전기 충전기 등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인터넷과 로밍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존(?)앱을 설치했다.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있을까 싶어서 생각을 안했다가 이 때 다 알아봤다.)
- maps.me (오프라인 지도)
- 구글 번역(한글, 영어, 스페인어 오프라인 다운로드)
다행히 쿠바에서도 ETECSA(에떽사-쿠바 국영 통신사)에서 지정된 구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카드를 판다고 했다. (에떽사 와이파이 카드를 왕창 사서, 다니는 각 도시에서 집에 생존 신고를 했다.)
대사관이 없기 때문에, 여권을 잃어버릴 때도 가정해서 여권 사본도 챙기고 준비를 열심히 했다.
2.스페인어 1도 모르는 놈
스페인어를 하나도 몰랐다. 남은 일주일 동안 여행을 위한 스페인어 기초를 공부했다.
급하게 인터넷으로 오늘, 내일, 어제 등을 찾았다.
숫자 읽는 법, 세는 법.
"얼마에요?", "~~가 어디에요?", "배고파요", "화장실이 어디에요?" 같은 생존을 위한 기초 스페인어.
그리고, 코미꼬(김병선) 유튜브를 보고 있었는데, 코미꼬 영상들을 참고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mKSn79DNAX8
- https://www.youtube.com/watch?v=OqRf5qMP1iY (웃기기용)
- https://www.youtube.com/watch?v=mKSn79DNAX8
정말 딱 이 정도만 배우고 가서는 힘든 부분도 있긴 하지만, 보통 저 정도만 이야기 하더라도 "너 스페인어 잘한다" 라고 말해준다.
스페인어의 좋은 점, 영어와 다르게 써져있는 그대로 읽으면 된다. Apple-애플, Army-아미로 달라지는 영어와는 다르다. 스페인어는 훨씬 쉽다. 문법이 어렵다고 하지만, 문법은 한글도 어렵잖아?
문법 지키지 않아도 다 알아듣는다.
나는 오이 알러지가 있어서 오이를 못 먹는데, "오이를 못 먹습니다" 찾아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멕시코 시티 공항에 가서 대기 할 때, 라운지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No puedo comer Pepino(노 뿌에도 꼬메르 뻬삐노)"
역시 언어는 생존에 직면한 채 실제로 사용하는게 가장 습득이 빠르다. 살려면 할 수 밖에 없다.
3.미친놈 같은 숙소 예약
인천에서 출발해 멕시코를 거쳐 쿠바에 도착하면 밤 12시에 도착한다.
도착 당일, 밤이 늦어 숙소를 구하지 못할까 싶어 에어비앤비로 아바나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도착 당일 밤과 분위기 파악을 필요한 하루를 추가해 2일치를 먼저 예약했다.
이제 내가 들리려고 계획했던 도시들의 숙소도 예약해야 하는데, 위에 올린 쿠바 지도는 내가 갔다와서 완성된 지도지만, 출발할 땐, 큼직한 계획만 했다. 일정을 바꿀 수도 있고, 가고 싶은 도시가 또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건 일단 가서 생각해보자"
정말 스페인어를 하나도 못하면서 숙소를 가서 예약하겠다는 미친놈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출발했다.
대사관도 없고, 연락도 안되고, 인터넷 통신도 안되는 곳에 혼자서 가니, 가족들이 정말 많이 걱정했지만, '난 가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겠지!' 하고 별거 아니게 생각했다.
지금 하는 말이지만,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