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쿠바에서는 게으른 나 조차도 아침에 산뜻하게 눈을 뜰 수 있게 만들어준다.
정말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게 할까?' 라는 마음이 들면서 아침에 일어난다.
오늘은 공항에서 만난 동생이 떠나는 날로 낮 비행기를 타고 떠나기에 아침 식사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은 길거리에 지나다니며 먹을만한 음식을 간식 처럼 간간히 사먹으며 돌아다녔다.
아침은 까사에서 주는 빵과 야채, 커피를 먹고 출발하고, 길거리에서 파는 피자와 슬라이스 햄과 치즈만 들어간 간단한 햄버거 같은 것으로 끼니를 떼우고 다녔으나 제대로 된 식당을 찾아왔다.
까사 할머니가 알려준 "donde Adrian".
(유명한 집으로 maps.me 이나 구글 맵에서 검색하면 나온다.)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가져왔다.)
쿠바에서 지낼 때, 내가 주식으로 먹은 두 가지 중 하나 햄치즈빵이다. 나머지 하나는 길거리 피자다.
메뉴가 3개다.
1. 햄빵 , 2. 치즈빵 , 3. 햄치즈빵
돈데 아드리안은 이른 아침에는 햄버거를 판다. 나도 아침이 부실하면 간식 처럼 까사에서 나오면서 하나 사먹었다.
(내가 예약한 까사가 아침 식사가 그다지 좋지 못 했고, 방명록에도 다녀간 한국인이 한글로 아침식사가 별로라고 써놨다. 나도 아침식사는 좀 별로라고 썼다. 특히, 오이를 줬는데, 냄새가 환장한다. 으웩....)
호스텔에서 동생을 데려와 치킨 식사를 시켰다.
쿠바에서 먹은 최초의 제대로된 식사다. 첫날에는 길거리 햄버거와 길거리 피자, 후고(주스), 플라자 호텔 코-카콜라를 먹으며 다녔다.
음식 사진은 찍지 못 했지만, 폰으로 찍은 사진은 페이스북에 올렸었는데, 그 사진들을 뒤져서 찾아왔다.
야채와 쌀밥, 구운 닭가슴살, 그리고 오이(!!!!!!)
오이는 치워달라고 하고 사진을 찍었다.
음식은 보이다시피 상당히 맛깔나게 나왔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음식 평을 해주자면...
"짜다"
쿠바에서 미식 여행은 포기해야 한다는 글을 보고 와서 음식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생각 외로 굉장히 짰다.
집에서 엄마가 맛있는 반찬을 해주면
반찬을 골라먹다가 엄마가 한 말씀 하신다.
"그렇게 먹으면 짜니까 밥이랑 같이 먹어"
라는 말이 생각나는데, 쿠바는 밥도 짜다. 식용유와 소금을 넣고 밥을 한다고 한다.
나는 육식주의자라 야채를 먹지 않고, 밥과 고기만 먹었는데, 고기 먹고 너무 짜서 밥을 먹으면 밥도 짰다.
그리고 느꼈다.
'짠기는 야채로 막는거구나, 그래서 야채를 줬구나!'
그렇다.
쿠바는 밥도 짜고, 반찬도 짜니까, 그 짠맛을 야채로 가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이를 치우고 야채를 퍼먹었다.
구글에서 donde adrian havana 를 검색하면 음식 사진이 나온다.
깔끔하고, 쾌적하다.
관광객이 즐겨찾는 식당이라서 그런지, 최근에는 내부도 개선하고 집기도 좋아지고, 시설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펩시콜라(!)도 보이는 것 같다.
쿠바에서 음식을 먹을때는 밥과 반찬이 모두 짜니까, 야채를 꼭 챙겨드세요.
육식주의자라고 야채를 안먹다간, 하루 종일 물 먹는 하마가 될 거에요.
그렇게, 돈데 아드리안에서 식사를 마친 후 동생을 택시 타는데까지 데려다주고, 보냈다.
대양과 대륙을 건너 온 카리브 해에 위치한 섬에 오자마자 만난 친구가 이틀 동안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었고,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서 안심하며 다닐 수 있었기에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제 다시 떠난다니 마음 한 편이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다시 덩그러니 혼자가 된 기분이 들었고, 우울함과 다시금 두려움이 찾아왔다.
혼자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두려웠다. 동생이 묵었던 호스텔에 가서 '같이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갈만한 사람이 있을까?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아주 잠깐동안이라도 함께 다녀서 든든한 친구.
아마 당연하게도 쿠바에 돌아온 이후 소식이 끊겼지만, 어디인가에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항상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