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가이드님을 따라다니면서 이곳저곳 잘 둘러보고 다녔다.
만약 여러분들이 쿠바의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아직 한국인 가이드님이 쿠바에 계신다면 가이드를 요청하고 따라다녀볼 것을 추천한다.
나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서 짧은 코스를 따라다녔지만, 쿠바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모로 요새까지 한 번에 가이드를 해주는 것도 있으니 잘 선택해서 다니면 좋다.
그리고, 따라다니면서 어떻게 영어 잘하면서 다가오는 친구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는지도 잘 살펴보면 여행에 매우 많은 도움이 된다.
대낮의 반달과 함께 멋있어 보여서 찍었다.
정말 파란 하늘에 밝은 회색빛이 도는 달, 그리고 파스텔 느낌의 건물들까지 다채로운 조합이었다.
가이드님을 따라 다니는 곳은 유명한 관광지들이다. 쿠바 사람들뿐 아니라,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다.
중세 또는 근대에 지어진 교회와 건물들이 굉장히 눈에 띈다.
유럽에도 굉장히 많지만, 오히려 경제 발전이 더딘 쿠바는 낡고 오래된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정말 오래된 교회들 매우 오래된 멋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분위기가 매혹적이다.
쿠바는 정말 다양함이 있는 나라다.
빈티지함과 모던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게 단순히 건축물 뿐만아니라, 차량과 마차, 기차, 나아가 화장실(?)까지도.
오래된 건물 사이 사이에 보이는 현대적인 건물, 오래되어 보이는 집에 들어갔더니 자리 잡고 있는 최신 컴퓨터까지!!
쿠바에서는 어디를 가던 항상 놀란다.
한국인 가이드님의 관광지 가이드가 끝난 후, 어제 만난 동생과 다시 저녁 노을이 지는 말레꼰을 거닐었다.
말레꼰의 길이가 꽤 길어서 한참을 걷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제방벽에 앉아있고, 바다와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는 릴 낚시를 하는 낚시꾼들도 있고, 커플도 많다.
공항에서 만난 동생은 다음날 비행기로 멕시코로 떠난다기에 아쉬울 따름이었다.
나는 쿠바에만 단독으로 한 달 가까이 있지만, 그 친구는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니, 한 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한 편으론 쿠바를 잘 알고 간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제 쿠바에서의 첫날밤을 보내는 중이라 숙소 근처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 했다.
보통 근처에서 누구에게 "Parque Central(빠르께 쎈트랄)?" 또는 "Capitolio(까삐똘리오)?" 라고만 말해도 갈 수 있는 근처의 거리에서만 돌아다녔다.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길을 잃거나 하는 경우에는 비싼 돈을 들여 택시를 타는 수 밖에 없으니까 한 푼 한 푼 아껴서 돌아다녀야 하고, 아직은 스페인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멀리 나가는 것에는 부담이 있었기에 숙소가 있는 빠르께 쎈트랄과 까삐똘리오를 중심으로 움직이곤 더 늦기 전에 각 자의 까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적은 돈으로 여행 다니는 동생을 위해 떠나는 날 아침을 사주겠다고 하고, 또 다시 호스텔에서 기다리면 내가 데리러 가겠다고 하고 나도 까사로 돌아와서는 하루 일과를 정리를 하려고 했다.
처음 맞이한 쿠바를 이리저리 바쁘게 보내고는 까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깜깜했다.
"정전"
까사 주인 할머니는 "이것이 쿠바의 수도, 아바나다" 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지역 전체가 정전이 아니라, 일부 지역만 정전이었던 것 같았다. 할머니는 촛불을 들고 거실과 부엌에 두셨고, 나에게도 하나를 주셔서 방에 들어가서 쓰라고 했다.
방에 에어컨이 있지만 나오지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
너무 덥고 제대로 보이는게 없어서 그냥 되도 않는 스페인어와 번역기를 써 가며, 까사 할머니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할머니는 영어를 하지 못 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영어로 예약하고 왔는데, 어찌된 일일까?
물어보니, 딸이 다른 곳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대신 예약을 받아주고 있다고 했다. 딸은 영어를 할 수 있지만, 본인께서는 잘 모르신다고.
아침 식사는 어땠는지, 잠자리는 편했는지, 뭐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등...
쿠바 커피를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온갖 몸짓 손짓으로 설명하며, 그래도 안되는 경우에는 번역기를 썼다. 그리고, 촛불과 커피를 두고서,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도 보았다.
정확히 알지 못 했던 단어들.
Ayer - 아예르 : 어제
mañana - 마냐나 : 내일
desayuno - 데싸유노 : 아침식사
내가 영어로 써서 스페인어로 변역기를 보여주면 할머니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영어로 보여주었다.
굉장히 답답한 대화로 들리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향긋한 커피와 함께 즐거운 대화를 했다.
스페인어를 모르고 쿠바에 왔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오프라인 구글 번역기도 있고, 살려면 알아듣게 되고, 하려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렇게 한 동안 시간이 흐른 뒤, 불이 다시 들어왔다.
순식간에 촛불을 끄곤, 할머니에게 말을 했다.
"mañana desayuno no(마냐나 데싸유노 노:내일 아침 식사 X)" 라고 이야기 했다.
당연히 문법적으로 다 틀리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하지만 다 알아듣는다.
그리고, 이제 떠날 동생을 위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아침 식사가 가능한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donde esta desayuno restaurante?(돈데 에스타 데싸유노 레스또란떼 : 아침식사 식당 어디?)" 라고 할머니가 손짓으로 길쪽을 가르키며, "donde adrian(돈데 아드리안)" 이라고 말했다.
"pollo good(뽀요 굿 : 치킨 굿)" 이라는 말과 함께.
내일 아침은 쿠바를 떠날 동생과 그곳에서 아침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