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시에고 데 아빌라에서 밤을 보내고, 언제갈꺼냐고 자꾸 물어보며 빨리 가란 듯이 압박하는 까사에서 퇴실 시간 보다 일찍 나와 빠르게 트리니다드로 이동했다. 솔찍히, 굉장히 짜증났기 때문에 적당한 택시를 잡아서 트리니다드로 이동했다.
돈이 아까웠지만, 더 이상 시에고 데 아빌라에 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훨씬 컸다. 이렇게 불친절함을 한 번 겪고 나면 그 지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트리니다드에 도착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과 동양권 사람들에게 유명한 게스트 하우스가 있어서 찾아갔지만, 이미 자리가 다 차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꼭 게스트 하우스가 아니라, 혼자 지내는 것도 괜찮다면 아는 까사를 소개 시켜주겠다고 하길래, 알겠다니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에 게스트 하우스를 살짝 둘러보았는데, 내가 쿠바에 와서 보았던 컴퓨터 중에 최고 성능의 컴퓨터가 있었다.
무려, 인텔 i5 급 컴퓨터. LED도 반짝반짝하는!! 우리나라 PC방에서 볼 법한 컴퓨터로 쿠바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주인의 아들이 게임을 하고 주변 친구들이 구경하는 식으로. 지금까지 까사를 다녔을 때, 일단 컴퓨터가 있는 집이 별로 없었고, 있었다 한들, 아바나 중산층에서 보았던 CRT 모니터를 가진 구형 컴퓨터밖에 없었는데, 관광 도시이다 보니, 돈이 잘 벌리는지 최신 사양의 컴퓨터가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따라오라며 손짓해서 따라갔다.
게스트 하우스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단독 까사에 데려다주고, 3일 있을 것이고, 아침 식사를 부탁했다. 생각 보다 저렴한 가격이여서 놀랐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 도시이지만, 게스트 하우스에 비해 까사는 그리 인기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나와 배가 고프니, 밥을 먹으러 나가려고 했는데...
비가 왔다...
이 영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가 지내고 있는 까사는 터키옥색으로 칠해진 뒷마당이 있는 집이다.
그런데, 터키옥색의 뒷마당 왼쪽집은 일반 사람이 거주하는 곳인데, 뒷마당에 부두교 의식할 때 쓰는 장식품들이 잔뜩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거..
무언가 기운이 음산한 기운이 돌기는 미신이나 종교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오... 신기한 구경...' 이라며 좋아했다.
비가 계속 오는데 나갈 수가 없었던 이유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도시 답게 오래된 옛 도시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있는 것은 좋은데, 시설 공사를 하는 것 조차도 어려워서 배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배는 고프고....
까사에 이야기하니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했다. 나 배고픈데....
그렇게 깜깜한 밤이 다 되어서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지내던 까사는 이 사진 왼쪽에 보이는 노란색으로 칠해진 건물이다.
아바나 처럼 가로등이 엄청 많이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많이 어두운 편이지만 까마궤이에서 새벽에 나가도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밤에 나돌아다니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트리니다드에서 와이파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에뗵사의 와이파이 카드를 여유롭게 사서, 쉽게 연락이 안되는 곳으로 여행을 왔기에 도착하는 도시 마다 집에 카카오톡을 생존 신고를 했다. 쿠바와 한국 시차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으로 생존신고를 한다. 도착하는 도시 첫날에만 생존신고를 하는 편.
점점 안으로 들어가면 옛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바닥에 도로가 예전부터 갈려있던 것이라고 한다.
쿠바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한 곳에 삼삼오오 모여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바로 그곳이 와이파이 스팟이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에떽사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저기에 모여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저기에 앉아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했다.
관광지 답게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서 와이파이를 이용하고 있고, 모여서 술을 한 잔씩 마시고 있는 모습.
나는 여기에서 간단한 볶음밥 같은 걸로 저녁을 먹었다.
거리 자체가 많이 어두운 편이다.
'가로등이 왜 이렇게 배치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듬성듬성 배치가 되어 있는데, 도 어디에는 가까운 거리에 가로등이 2~3개가 붙어서 있는 곳도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리고, 조금 더 트리니다드 중심에서 외곽으로 이동하다 보면 가로등은 생각 보다 잘 되어 있는데, 깨끗함이 덜한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관광객 보다 현지인을 더 많이 마주칠 수 있는 곳이다.
걱정하지 말자. 위험하지 않다.
어두운 밤에 돌아다녀도 생각 보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런 위협을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
까사로 돌아가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진 찍어주겠다고 하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오른쪽 표시에서 볼 수 있듯, 까사로 운영되고 있는 집.
아바나가 시끌벅적한 관광지라면 트리니다드는 자연과 어우려져서 사는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
그냥 지나가다가 말을 걸어도 대화를 잘 받아준다.
길을 지나가면서 심심할 때 한 번씩 현지인들에게 말을 걸어보면, 스페인어를 말하는 것도 듣는 능력도 길러진다.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그 단어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거나 그래도 모르겠다면, 번역기를 켜보자
신기하게도 대화가 잘 된다.
이게 바로 프리 토킹!
길거리에 앉아있는 친구들
저렇게 아이들이 몰려 앉아있으면 사실 무섭다. 게다가 하고 있는 모습도 우리가 드라마에서 자주 봤을 법한 금색 목걸이 등을 하고 있는 모습까지.
나는 이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사진을 찍고는 이 친구들과 옆에 같이 앉아서 한참 대화를 했다.
대화가 잘 안되는 것 같아도 번역기와 바디랭귀지, 잘못하는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해도 이야기가 되긴 된다 ㅋㅋㅋ
트리니다드에 있으면서 이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름길도 알려주기도 하고, 조금 더 저렴하게 이용하는 방법, 맛있는 쿠바 음식점 등을 알려주었다.
이 친구들에게서 알아낸 랑고스타(랍스터) 집에 가서 식사를 했었는데, 맛있었다. 그 뒤로 이 친구들이 있는 곳에 자주 매일 들러서 인사도 하고 다녔다.
이렇게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여행을 좋아해서 나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과 거의 밤 11시가 될 때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까사로 돌아가서 샤워를 하고 잤다.
참고로 사진 가운데에 있는 분은 아저씨인데 술에 취해서 이런 저런 소리를 막 늘어놓았다. ㅋㅋㅋ
나는 알아듣는 이야기도 있고, 못 알아듣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오른쪽에 앉아있는 고등학생 친구가 어설픈 영어로 조금 통역해줬다.